가을이 깊어지면 숲바닥에 갈색 열매가 하나둘 떨어집니다. 많은 분이 그냥 도토리로 부르지만, 알고 보면 도토리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도토리는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의 열매를 함께 부르는 이름입니다. 대표적으로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마다 잎 모양과 열매 크기, 깍정이 생김새가 달라서 관찰하는 재미가 큽니다. 이맘때인 9월 상순부터 10월 중순까지가 도토리가 가장 흔하게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처음에는 여섯 나무가 모두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매가 익는 해와 깍정이 모양을 기준으로 보면 어렵지 않게 정리됩니다. 아래 표에 여섯 나무의 큰 특징을 담았습니다.
| 구분 | 대표 나무 | 열매 특징 | 깍정이 특징 |
|---|---|---|---|
| 1년생 |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 당해 가을에 익음 | 떡갈나무는 긴 비늘,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는 짧은 비늘, 졸참나무는 작은 비늘 |
| 2년생 |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 이듬해 가을에 익음 | 길고 뾰족한 비늘이 복슬복슬하게 덮임 |
참나무 가운데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그해 봄에 수정된 열매가 가을에 익습니다. 반면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수정된 다음 해 가을에 익습니다. 그래서 같은 숲에서도 도토리가 떨어지는 시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목차
도토리 종류를 나무 잎으로 먼저 만나다
도토리를 구분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은 나뭇잎입니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만 들고 있으면 어느 나무에서 왔는지 헷갈리지만, 바로 위를 보고 잎을 함께 살펴보면 단서가 분명해집니다. 잎은 계절이 바뀌어도 모양이 오래 남아 있어서 열매보다 비교하기 편합니다.
톱니 모양을 살펴보세요
잎 가장자리 톱니가 크고 둥글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로 볼 수 있습니다. 톱니가 작고 날카로운 편이면 졸참나무이고, 바늘처럼 뾰족하면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입니다. 이렇게 세 덩어리로 먼저 나눈 다음 잎자루와 뒷면을 확인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잎자루와 잎 뒷면을 확인하세요
잎자루가 거의 없어 보이면 떡갈나무나 신갈나무입니다. 잎자루가 뚜렷하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입니다. 잎 뒷면이 흰빛을 띠면 갈참나무나 굴참나무이고, 연한 녹색이면 신갈나무나 상수리나무입니다. 특히 떡갈나무는 잎이 크고 두꺼우며 뒷면에 회갈색 털이 많아 눈에 잘 띕니다. 졸참나무는 여섯 종 가운데 잎이 가장 작고 끝이 뾰족한 편입니다. 잎만 보면 참나무 종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나무 | 잎 특징 | 잎자루 | 잎 뒷면 |
|---|---|---|---|
| 떡갈나무 | 가장 크고 두꺼운 달걀 모양 | 거의 없음 | 회갈색 털 |
| 신갈나무 | 넓은 달걀 모양 | 거의 없음 | 연한 녹색 |
| 갈참나무 | 큰 타원형 | 뚜렷함 | 회백색 |
| 졸참나무 | 가장 작고 끝이 뾰족 | 뚜렷함 | 연한 녹색 |
| 굴참나무 | 길고 좁은 타원형 | 뚜렷함 | 흰 털 |
| 상수리나무 | 길고 좁은 타원형 | 뚜렷함 | 녹색 |
이 표를 보면 잎 하나만으로도 여섯 나무를 두세 개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잎자루가 짧은 나무와 긴 나무를 먼저 가른 뒤, 잎 뒷면 색과 털을 확인하면 훨씬 빠르게 답이 나옵니다.
깍정이를 보면 도토리가 말을 겁니다
도토리를 확인하고 싶다면 열매 아래쪽을 감싼 깍정이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깍정이는 각두라고도 부르는 받침 구조이며 도토리의 모자 역할을 합니다. 참나무마다 질감이 아주 달라서 열매만으로는 크기가 비슷해 헷갈려도 깍정이를 만져 보면 금방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깍정이는 바닥에 떨어진 뒤에도 모양이 비교적 오래 남아 있어서 좋은 단서가 됩니다.
복슬복슬한 깍정이와 단정한 깍정이
깍정이 겉에 긴 비늘조각이 복슬복슬하게 나 있으면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입니다. 특히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는 비늘이 뒤로 젖혀져 털모자처럼 보입니다. 반면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는 비늘이 작고 촘촘하게 붙어 매끄러운 컵 모양입니다. 졸참나무도 작은 비늘이 단정하게 겹친 접시 모양이라 다른 무리와 비교하기 쉽습니다.
열매 크기와 모양도 단서가 됩니다
깍정이와 잎을 본 뒤에는 열매 모양을 함께 보면 구분이 완성됩니다. 상수리나무 도토리는 둥글고 통통하며 묵직한 편입니다. 졸참나무 도토리는 가장 작고 길쭉해서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입니다. 신갈나무 도토리는 달걀형이고, 갈참나무 도토리는 긴 타원형입니다. 떡갈나무 도토리는 크고 굵은 타원형이며, 굴참나무 도토리는 둥근 타원형입니다. 도토리 알맹이 색깔은 연한 갈색에서 진한 갈색까지 조금씩 다르고 광택도 나무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색은 햇빛과 환경에 영향을 받으므로 모양보다는 깍정이를 더 믿는 편이 좋습니다.
산에서 바로 확인하는 순서
아래 순서대로 보면 어느 나무의 도토리인지 빠르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깍정이가 복슬복슬한지 매끄러운지 확인합니다.
- 복슬복슬하고 잎이 크고 두꺼우면 떡갈나무, 잎 뒷면이 흰색이면 굴참나무, 녹색이면 상수리나무입니다.
- 매끄럽고 잎자루가 짧으면 신갈나무, 잎자루가 길고 잎이 넓으면 갈참나무, 잎이 작고 뾰족하면 졸참나무입니다.
이 순서만 기억해도 숲에서 만나는 도토리가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주에도 동네 뒷산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하나 주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상수리인 줄 알았는데, 깍정이가 복슬복슬하고 잎 뒷면이 흰빛을 띠어 굴참나무 도토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도토리묵을 먹는 재료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무와 열매를 함께 기억하게 되어서 숲길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아이와 산책할 때도 열매만 주우려고 하지 않고 바로 위 나뭇잎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도토리는 사람의 간식이기 전에 다람쥐, 멧돼지, 청설모의 겨울 양식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모두 주워오면 숲의 작은 생명들이 굶을 수 있습니다. 도토리를 관찰한 뒤에는 사진으로 남기거나 조금만 감상하고, 자연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 숲을 읽는 즐거움을 찾아서
이렇게 도토리 종류를 잎, 깍정이, 결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산에서 바로 확인하는 순서까지 기억하면 열매 하나로도 이름을 맞혀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섯 나무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잎의 톱니와 잎자루만으로 큰 줄기가 갈리고 깍정이의 질감을 보면 이름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실 시기까지 더하면 1년생 참나무와 2년생 참나무도 구분됩니다. 앞으로 가을 산책길에서 도토리를 발견하면 바로 주우려고 하지 말고, 잠시 멈춰 나무와 열매를 함께 바라보길 바랍니다. 자연이 준 단서를 따라가면 평범한 숲길이 살아있는 관찰 놀이가 됩니다. 야생동물에게 겨울 양식을 남겨 주면서 다음 숲을 기대하는 마음도 잊지 않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산에서 주운 도토리에 구멍이 뚫려 있다면 먹어도 되나요
A: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은 흔적일 수 있습니다. 애벌레가 나온 뒤에는 속이 비어 있거나 상했을 가능성이 높아 가공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도토리는 바로 먹으면 안 되나요
A: 도토리에는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많아 생으로 먹으면 쓰고 떫습니다. 물에 여러 번 우려서 떫은맛을 빼고 묵이나 가루로 만들어 먹습니다.
Q: 야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도 되나요
A: 국유림이나 공원에서는 허가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로 두고 관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